[퍼스널리티]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잘났는데 웃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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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생김을 연기한다면 주지훈은 잘남을 연기한다. 그렇다고 주지훈이 잘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에서 그가 연기하는 백강혁은 비현실적으로 잘난 남자다. 그가 메스를 들면 동료 의사들은 (너무 잘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가 지나가면 (너무 멋져서) 사람들은 뒤돌아본다. 줄 하나에 매달려 성인 남자를 둘러메고 벼랑으로 뛰어내리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차와 헬기 안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어려운 수술을 해낸다.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답게 '만화를 찢고 나온 비현실적인 남자' 백강혁을 연기하는 주지훈은 마흔세 살의 인간 남자다. 스무 네 살, MBC '궁'에서 미소년 황태자로 뭇여성들을 잠 못이루게 했던 그에게도 세월은 예외 없이 흔적을 남겼다. 주름 한 점 없던 피부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제 나이를 품었다. 그럼에도 주지훈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조차 잘난, 명량 만화 주인공을 태연스레 연기한다. 그리고 주지훈은 작품 인터뷰에서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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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주지훈은 안다. 이십 대 초반 이미 사라져 버린 왕족을 연기하며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곡절의 시간을 겪으며 대중이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을 깨쳤다. 과거의 주지훈은 잘생긴 데다 잘난 남자였고,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에 '망가짐'과 '뻔뻔함'으로 변주를 줬다. 찌르면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것 같은 인간에게서 의외의 따뜻한 미소를 볼 때처럼, 유아독존 황태자를 연기했던 완벽한 남자가 웃기자 대중은 반응했다.

주지훈은 지금 '잘나고도 웃긴 남자' 영역의 우두머리다. '중증외상센터'가 말도 안 되는 설정에도 현실에 발붙이며 재미까지 줄 수 있던 건, 이 지점을 격렬하게 끌어안은 주지훈 덕택이다. 이제 주지훈에게서 뽀송하던 미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피부가 검게 그을린 남자의 건강함과 근사함이 함께다. '지금까지 이런 메디컬물은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격인, 어디서도 보지 못한 메디컬 활극 '중증외상센터' 재미의 대다수 지분은 '신의 손'이라 불리는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 그리고 그를 연기한 주지훈에게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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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전쟁터도 불사하는 백강혁은 사람을 살릴수록 홀대받는 한국대학병원의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등판한다. 주지훈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백강혁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언제 환자 살릴 거야?"라고 말하는 피 끓는 사명감과, "내가 아니면 못 한다"라는 말을 자주 뱉는 나르시시스트적 잘난 체가 공존하는 캐릭터. 주변부 '개그캐'들과 호흡도 척척이다. 주지훈은 영리하면서도 감이 좋은 배우다. 본인의 잘남만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활극이 중심이 되는 '중증외상센터'의 '개그캐'들과 같은 방향으로 호흡할 줄 안다. '지금까지 이런 메디컬물은 없었다'는 이 작품의 명제는, 비슷한 가치를 지닌 주인공 주지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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