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유해진 9년 만에 역학관계 삐걱, '삼시세끼'의 안타까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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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라이트’, 임영웅 출연할 때 시청률 깨지 못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4년 만에 돌아온 <삼시세끼> 어촌편 듀오가 무척 반가웠다. 마침 분위기도 최고조로 올라왔던 시기였다. 연초부터 이어진 유튜브채널 '채널십오야'의 종횡무진과 <서진이네2>가 큰 사랑을 받은 와중에 나영석 사단의 핵심 IP인 <삼시세끼>가 레드카펫 위에 등장했다. <삼시세끼> 방영 10주년 기념 기획이자 해당 브랜드의 10번째 작품으로 지난 2015년 <삼시세끼-어촌편> 시즌1 이후 9년 간 함께 해온 차승원과 유해진이 의기투합한다니 기대가 컸다. 게다가 안 그래도 흥행이 '불가피'한데, 시청률 '치트키' 임영웅이 첫 회 게스트로 나오면서 1회 시청률은 무려 11%를 넘겼다.
그렇게 성공했다는 <서진이네2>도 넘지 못한 10%다. 좋은 사람들을 잘 포착하는 나영석 사단에 좋은 사람으로 잘 알려진 임영웅이 역시나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하루를 함께했다. 그런데 임영웅이 떠난 후 시청률은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새로운 게스트와 새로운 장소로 옮길수록 떨어지며, 6회에는 7%로 내려앉았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대단한 수치이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 시청률 추이가 전적으로 이해가 된다는 게 문제다.
10주년 특집이니 엄청난 게스트나 설정이나 보다 난이도 높은 미션이나 반전을 가미할 수도 있었지만, <삼시세끼>는 가장 소박한 살림을 꾸렸다. 최근 나영석 사단이 가져가고 있는 '경량화'의 흐름을 타고, 제작 차원에서 러프하고 가벼운 <콩콩팥팥> 스타일을 가미했다. 함께했던 손호준도 없고, 그간 한 동네에 머물던 방식도 바꿨다. 그러면서 <삼시세끼> 시리즈의 핵심이던 정서적 교감을 만드는 장치로서 공들여온 프로덕션 단계는 건너뛰었다. 사실 이제 어떤 설명이나 설정 없이도 시청자와 프로그램 사이에 대화가 되는 사이이긴 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모든 것을 제하고, 출연자를 타이트하게 담는 이른바 유튜브의 화법으로 다가왔다.
<삼시세끼>나 <윤식당> <서진이네> 등 이른바 나영석 사단의 관찰형 예능의 특징은 '동화'라는 데 있다. 그 출발은 제작진이 공들여 준비한 시공간의 특별함에 있다. 일상의 어딘가를 벗어난 소박하지만 감정적 동요가 없는 세계. 그 울타리 안에서 근심 걱정이나, 갈등, 기타 업무가 침투할 틈이 없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좋은 분위기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시청자들 또한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듯, 일상과는 분리된 안온한 세계에 들어선다.
<삼시세끼> 시리즈가 태동했을 무렵 트렌드로 떠오르던 슬로우라이프의 감성과 노동의 가치를 예능의 볼거리로 전환한 이들의 원천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미술'이었다. 영화 세트처럼 공을 들여 영화를 보듯, 드라마를 보듯, 프로그램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리얼함을 추구하는 예능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면서도, 시리즈가 오래도록 흥할 수 있었던 근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편은 '라이트'라는 제목답게 인위적인 설정을 최소화했다. 청소나 정리 정도만 했지 새롭게 꾸미거나 일종의 정서적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다. 장기 촬영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나 세계관에 진정성을 불어넣는 방법론 중 하나였는데, 이번엔 장소당 3박4일 정도 머무를 뿐이다. 장소 또한, 낚시 예능 등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추자도, 평창 등 낯설지 않다. 특별히 일상과의 단절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창 편 마지막 장면에선 <콩콩팥팥>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홍보거리가 있는 게스트들이 24시간이 채 안 되는 1박2일 정도를 스치듯 왔다가니, 일종의 촌캉스 여행예능이자 토크쇼가 빠진 <유퀴즈>랄까, 게스트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보는 듯하다.
설정상 일상과의 단절이 없으니, 뜻밖의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특별한 분위기가 별달리 나타나지 않는다. 게스트 또한 물리적으로 하루 정도만 머물고 가니,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의 추구나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나타나는 예상 밖의 장면들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인 환경이다. 그리고 게스트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 수더분하고 서글서글하다.
그런 와중에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맛은 그간 더욱 공고해진 차승원의 매력과 화법이다. 반면 기존의 삼각 구도가 아닌데다, 다른 생활보다 요리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유해진과의 역학상의 균형이 다소 아쉽다. 함께하면서 나타나는 어떤 발견이라거나, 무언 갈 함께하면서 이뤄가는 성취 과정에서의 새로운 이야기가 쌓이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둘 사이의 미묘하고도 적당한 거리감이 계속 같은 평행선상에 있는 듯하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이 독특한 긴장과 신뢰의 경계와 밀당이 주는 묘미였는데, '고추장찌개' 사건에서 보듯 이미 정리된 관계가 확고하다보니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진다.
이번 <삼시세끼>의 변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벼움'만이 최신 예능의 경향이나 진정성의 미래는 아니다. 이는 <흑백요리사>가 증명하기도 한 부분이다. 오히려 관찰예능이나 여행예능은 일종의 테마파크와 같다. 공간이 주는 정서적 감응이란 것이 확실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공간에서 함께 쌓아가는 시간이 만드는 정서는 특별하다. 그런데 짧은 여행 와중에서 게스트까지 초대하다보니 반복된 볼거리가 도드라지는 여타 여행예능을 보는 듯하다.
술방의 시대에, 이제 밥상 차리기만으로는 기존의 목표했던 진정성과 인간미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아쉽게도 기존 시리즈에서 탈피했던 변화들이 결과론적으로 이 둘은 왜 시골에서 밥을 짓고 있는지, 게스트는 왜 오는지 몰입의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 물론, 이 둘이 차려낸 밥상 자체가 힐링인 것은 맞지만, 추구한 변화가 새로운 볼거리나 화학 작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