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라미란, 진정한 리더의 품격

작성자 정보

  • 오버나잇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사진=tvN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의 라미란이 '살리에르'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불식했다. 천재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꽃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라미란의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라미란이 극중 맡은 매란국극단장 강소복은 초반에는 경계심을 놓기 힘든 인물이었다. 늘 매서운 눈빛으로 냉정하게 말하는 강소복이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에게 큰 벽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의 어머니인 채공선(문소리)과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을 즈음만 해도 공선이 소리를 그만두게 된 원인이 소복 때문일지 모른다는 의심까지 들었다. 천재 소리를 듣던 공선을 시기한 소복이 공선을 해코지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년의 재능까지 미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삐딱하고 옹졸한 시선이었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독살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살리에르라 하면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하던 인물로 각인돼 있다. 천재 혹은 1인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시기·질투하는 2인자의 심리를 말하는 '살리에르 증후군'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tvN

안방극장에서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로 이런 살리에르 증후군을 가진 인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을 향한 열등감에 눈이 먼 나머지 나쁜 선택을 하며 주인공이 헤쳐 나가야 하는 난관과 갈등을 조장하는 악역들이었다. 

강소복도 딱 그런 캐릭터인 줄 알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소복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소복은 냉철한 카리스마에 섬세한 인간미까지 겸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뒤집었다. 악역일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차근차근 거두고 존경받을 만한 리더로서의 믿음을 쌓았다.

무엇보다 매란국극단의 수장으로서 소복이 보여준 리더십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좌절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소복의 메시지들이 팬들에게 인생의 가르침처럼 감동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5회에서 소복이 정년과 백도앵(이세영)에게 던진 대사들이 특별했다. 

먼저 소복은 공선의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받아준 것이냐는 정년의 걱정 어린 질문에 "넌 너야.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단 하나, 도중에 꺾이지 말고 끝까지 네 갈 길을 가라는 거다"라고 해줘 벅찬 감동을 줬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는 조언은 비단 정년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꼭 필요한 인생의 격려다.

사진=tvN

도앵에게 한 조언에서는 뭉클함이 배가했다. 오디션 결과 가다끼(남역 조연)를 놓친 도앵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의기소침해 하자 소복은 연구생일 때부터 연출자 자질을 보였던 도앵의 남다름을 높이 평가해주면서 듣는 이를 먹먹하게 했다. "앞으로는 연출자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소복의 메시지는 1인자가 아니어도 끝이 아니라는 인생 조언이었다.

또한 소복이 묵묵히 걸어온 시간까지 반추하게 되며 숙연한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었다. 소복 역시 공선과 스스로를 비교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노력한 끝에 국극단 단장에 이르렀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서 경외심이 차오르게 되는 것이다.

소복이 공선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공선이 음반을 내던 날 공선을 기꺼이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던 때를 떠올리던 소복은 "인생 알 수 없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1인자를 시기나 하는 치졸한 2인자가 아니었던 소복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인생 교훈을 덤덤하게 툭 던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진=tvN

소복이 주는 감동이 큰 이유는 캐릭터를 향한 마음이 의구심에서 존경심으로 전환하며 발생하는 마음의 낙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라미란이 독한 얼음마녀 같은 모습부터 노련한 리더의 모습까지 완벽히 소화한 덕분이다.

라미란은 처음에는 등장만으로도 일대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냈지만, 점차 섬세한 눈빛 연기로 예리한 판단력의 소유자로서 소복의 리더십을 흡인력 있게 연기했다. 라미란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복에 푹 빠져들어 더 이상 살리에르 증후군 따위는 잊게 된다.

사실 기록에 따르면 살리에르는 2인자 콤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모차르트 독살설이 있을 정도로 오해받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들 한다. 천재는 아니었어도 성공한 대음악가로 일가를 이루며 당대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다고 낙담했다면 대음악가 살리에르에 대한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매란국극단장 강소복도, 22년 무명생활 끝에 이름을 알렸다는 배우 라미란도 그렇다. 출발선이 달라 좌절했다면 강소복도, 배우 라미란도 팬들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라미란이 열연하는 강소복의 이야기가 선사하는 임팩트가 강렬하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7,666 / 1176 페이지
번호
제목
알림 0